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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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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미터 위와 아래
목록열기: 산악문학-산사람 Date : 2008/04/22 19:12
2008/04/22 19:12 2008/04/22 19:1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32677
수문출판사(1997년 10월 15일 재판)
헤르만 불 / 김영도 옮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드디어 나는 이 산의 최고 지점에 섰다. 8,125미터의 낭가 파르바트다! 더 오를 곳이 없었다. 주위는 작은, 펀펀한 설면인데 한두 걸음이면 사방이 낭떠러지다. 저녁 7시였다.

지금 여기에 나는 지구가 생긴 이래 인간으로 처음 서있다. 내가 바라던 목표, 그 지점에 서있다. 그러나 마음이 취해서 잠길 행복감도 즐거운 환희도 일어나지 않는다. 승리자로서의 고양된 기분도 없다.

이 순간의 의미를 나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모두 끝났다는 느낌뿐이었다!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눈위에 쓰러졌다. 마치 훈련이나 했듯이 자기도 모르게 피켈을 바람에 굳은 눈에 밖고, 나는 지금까지 17시간을 견디었다. 걸음마다 싸움이고 말할 수 없는 의지력이 필요했다.

나는 더 이상 위로 오르지 않고 더욱 전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생각하니 그것이 기뻤다.
아직도 멀었나 하며 위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게 됐으니 마음이 놓였다. 나는 아노락에서 티롤 깃발을 꺼내서 피켈을 묶었다. 태양이 머지않아 지평선에 닿으니 서둘러야 했다. 나는 재빨리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추었다. 전경에는 깃발을 단 피켈이 그리고 배경은 바로 질버자텍과 고원의 일부와 남벽의 낭떠러지가 보였다. 저 밑으로 벌써 저녁 그늘이 길게 뻗고, 질버자텍에는 빈트강게른이 똑똑히 보였다.

캠프 5로 가는 능선도 들어나 보이고
피켈 너머로 멀리 저쪽에 힌두쿠쉬와 카라코룸의 산들이 작고 낮게 바라다 보였다. 카메라의 필름이 다 됐다. 다시 감고 '카라트 36'의 뒷 뚜껑을 조심해서 열었다. 나는 이번 촬영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아그파칼라' 필림을 넣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좁고 펀펀한 정상에서 사방이 급사면을 이루고 무섭게 골짜기까지 낭떠러지다. 사면들은 바로 눈앞에서 사라지고 저 밑의 계곡에 내려가서 비로소 돌에 덮인 빙하가 여러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보일뿐이다. 마치 모든 것 위에서 떠돌며 땅과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없이, 세상과 그리고 인간과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나는 마치 절해의 고도에 있는 느낌이었다.

북녘으로 100킬로미터나 떨어져 웅대한 산군이 떠있다. 동쪽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우리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데 이 얼음에 덮이고 아무도 오르거나 가보지 못한 곳 히말라야다. 그러나 이것들은 내가 여기서 바라다 볼 수 있는 웅장한 산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멀리까지 맑게 개었다. 이것으로 마음이 놓였다. 태양이 산과 산 뒤로 넘어가고 바로 취위가 닥친다. 벌써 30분이 지난 듯하다. 나는 내려가려고 일어섰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그리고 나는 거기를 떠났다. 그때 또 한 가지 약속이 생각나서 다시 한두 걸음 돌아갔다. 그리고 정상의 돌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집에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서다--그리고 어깨를 향해 내려갔다. 그런데 내 몸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 간다. 갑자기 힘이 났다.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일까?

< 이상 본문 중 "정상에서의 회고"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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